스타트업 인턴

현장실습을 마치며

지미닝 2024. 7. 11. 14:55

 지난주 금요일 자로 현장실습이 끝났다. 작년 11월인가, 김범수씨가 갑자기 연락와서 여기 무조건 쓰라고 센디라고 진짜 부산에서 가장 큰 회산데 현장실습 떴다고 심지어 학점 준다고 해봐라 하셨었다. 마침 내가 Spring공부도 하고 있었고, 우테코 프리코스 하면서 이력서, 자소서도 정리를 했었고, 당장 현업이 무섭긴 했는데 솔직히 "설마 붙겠어..?" 라는 마음으로 지원했었다.

 

면접


면접가서 정말 하고 싶은 말만 하다 나왔다. 면접에서 기술적인 질문(ex. 의존성 주입, 인터페이스 활용 등등)도 2학년인 나를 배려하는 질문이 정말 많았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이 "돈이 많아지면 무엇을 할 것 같아요? 개발자 능력도 그만큼 있을텐데 무엇을 하고 싶어요?"라는 질문이었다. 아직도 내가 그때 대답을 한 것을 조금은 창피하게 여긴다. "진짜 듣고 웃으실지도 모르겠는데 당장 생각나는게 이거라서 말씀드릴게요. 저는 옛날부터 부산역이나 서면역 오면, 노숙자가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아팠어요. 나는 가족이랑 친구들이랑 놀러 이곳에 온건데 그 사람들은 그게 아니라 집없이 혼자 아무 꿈도 없이, 가족도 없이 앉아있는걸 보면 그 사람들도 그러고 싶지 않았을 텐데 거기 계신 것 같아서, 누구보다 잘 살고 싶을텐데 마음이 아팠어요. 그래서 돈이 많아지면 그들한테 돈을 주는 것은 해결이 되지 않을테니, 그것에 관련된 프로젝트든 일을 해보고 싶어요."라고 했다. 정말 그날 가는 길에 노숙자를 봤고 여전히 면접볼 때도 눈에 밟혔었다. 너무 가식적인 대답같아서 현타가 많이 왔는데, 정말 신경쓰였고 말하면서도 마음이 안좋았다. 그러자, "돈이 많아지면 지원자님 혼자는 무엇을 하고 싶어요?"라고 되물으셔서, "지금 당장 생각나는 것은 없네요. 사실 다른사람들은 여행도 다니고 싶다하고 그러는데 저는 그런 것도 별로 좋아하진 않아요. 그냥 좋은 집에 가족이랑 화목하고 행복하게 지내고 싶어요."라고 말씀드렸던 것 같다. 뭔가 "사업을 하고 싶어요!"라는 답을 원했을 것 같은데, 딱히 나는 그럴 생각도 없고 정말 그 대답을 원해서 물은 질문이었으면 어느정도 나도 이 회사에 핏이 안맞는 것 같다고 생각했었을지도..?

 

 인생에 힘들었던 경험이든 열심히 했던 경험이든, 팀프로젝트 하면서 느꼈던 것들이든 많은 얘기를 한 것 같다. 정션 아시아에서 정말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그 당시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스킬이 없어서 거의 싸우다시피 말했다고. 그런데 옆 자리 사람들은 존중을 기반으로, 서로의 일에 대해서 깊게 터치하지 않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정말 어른같았다고. 그 대회에서 같은 72시간을 보냈는데 그들은 비록 입상을 못했지만,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얻었고 더 많이 성장했을 것 같다고 대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은 누구냐고 했는데, 인공지능 동아리의 회장님이라고 했다. 1학년 2학기 때 들어간 인공지능 동아리에서 백엔드 개발자를 구한다고 시형님께서 올리셨다. 그때 웹 개발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땐데, 슬쩍 관심만 보이고 더 깊게 말하진 않았다. 그런데 시형님이 개인적으로 연락까지 오셔서 지민님 하고 싶지 않으시냐고 표시해서 한번 여쭤본다고 하셨었다. 그런데 나는 아직 할 줄 아는게 거의 없다고, 아마 당신과 같이 하게 되면 피해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라고 말씀드렸더니, 정말 태어나서 처음들어보는 말을 하셨다. "괜찮아요. 마음만 있고 열심히할 열정만 있으면 할 수 있어요. 같이 해봅시다!"라고 하셨다. 고등학교 때 경쟁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나에게 알아야 하는 것들을 정리해주시고, 단축키든 IDE든, 도커, 가상환경 이런 것들의 개념을 매주 시간을 내셔서 내게 조사를 해오라고 하시고 회의시간마다 내게 더 설명해주시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나갔다. 나는 그런 이 사람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나도 나중에 언젠가 앞에 당신이 물으셨던 더 능력있는 개발자, 돈 많고 능력도 되는 그런 개발자가 된다면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에게 "열정만 있으면 됩니다. 같이 해봅시다!"라고 말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고 했다.

 

 

그렇게 면접보고 내 딴에는 엄청 망한줄 알았는데, 합격했고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많은 기회를 얻었고 많이 보고 많이 배웠다.

 

 

최고의 구성원들


인턴을 하면서, 나랑 대화가 정말 잘 통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았다. 대부분 나와 말이 잘 통했고 그들의 이야기가 정말 재밌었다. 그리고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같이 모여서 개발하고, 무슨 문제가 생기면 바로바로 해결하면서 서로 발전할 수 있어서 좋았다.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취미로 하는 헬스, 내가 짱 좋아하는 귀멸의 칼날, 주술회전 그리고 굶지마, 닌텐도 등등 취향이 다들 비슷해서 되게 재밌었다. 일하면서도 다들 너무 긍정적이고, 티는 안내지만 자신의 일에 대해서 자신감도 어느정도 있으셔서 든든했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CTO님과 했던 세미나도 너무 내게 도움이 많이 됐다. 얼마만에 보는, 진짜 어른과 하는 대화였다. 요즘 사회에는 진짜 어른이 잘 없다. 몸뚱아리는 성인의 몸뚱아리지만, 말하는 것은 그럴듯해도 들어보면 정말 말도 안되고 탐탁치 않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좀 있다. 그런데 CTO님은 정말 한 마디 한마디가 설계가 되어있으며, 오랜 수련으로 닦아온 자아인 것 같다.

 

센디 인턴이 끝나서 정말 아쉽지만, 만남이 있으면 이별이 있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이것은 불변 사실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매번 그 만남과 이별에서 더 성장하고, 더 발전된 만남과 이별을 위해 대비해야하는 것이다. 나는 또 다른 만남과 이별을 위해서, 독서도 하고, 자격증도 따고, 다양한 사람들과 프로젝트를 하는 등 여러가지 도전을 하면서 나를 닦아가고 싶다.

 

 

인사이드 아웃 2


최근 인사이드 아웃2를 되게 즐겁게 봤다. 영화 시작부터 눈물이 계속 났다. 마지막 무렵에 슬프다는 사람들이 99%였는데, 초반에 주인공인 라일리의 내면을 표현한 장면을 보고 너무 감동받았다. 어떻게 인간들이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예쁘게 표현하지? "나는 멋져.", "나는 최고야!"같은 말을 라일리의 자아에서 뻗어나오는 줄기들이 외쳤는데, 정말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란 어린 아이같았다. 그렇게 묘사하는 것을 보고 깊게 감명받았다. 그와 동시에, 지금은 저렇게 청아한 마음들로 가득차있는 그 공간이, 나중에는 온갖 것들이 뒤섞일 때도 있고 마침내 진짜 라일리 그 자체의 무언가가 생기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하다보니, '나도 저럴 때가 있었겠지?'라는 생각도 들면서 눈물이 났다. 실제로, 5살 이후로 인간의 삶은 그 이상 행복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 많구나, 무엇이든 노력이 필요하고, 심지어는 그 노력을 한다 하더라도 성공이 보장되어있지 않구나. 처음에는 내 마음대로 안되는 일이 있음을 느끼고, 다음으로는 노력을 해야함을 느끼고, 나중에는 노력을 한다하더라도 성공이 보장되어있지 않음을 알게 된다. 그 다음으로는 사실 이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을 느낀다.

 

이것들을 하나씩 깨달아가면서, 어릴 때 있던 '기쁨', '슬픔', '분노', '까칠' 이외에 또 다른 감정들을 만나기 시작한다. 때로는 이 감정들이 나를 성공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이러한 배경 속에 생겨난 감정들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옥죄는 감정일 때가 많다. 흥미로운건, 내가 가진 모든 감정들은 결국 나를 위해, 내가 더 행복해지기 위해서 생긴 감정들이었다는 것이다. 불안이가 미친듯이 제어권을 갖게 되어, 예상치 못한 행동, 자학적인 행동/생각을 했던 것도 결국에는 라일리를 소중히 여기기 때문이었다.

 

라일리가 하나의 계기로 모든 감정들이 서로를 인정하게 되고, 이제는 라일리의 자아가 있어야 할 위치에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진짜 자아가 만들어졌다. 하나의 감정이 제어하는 것이 아닌, 온갖 사고와 판단을 하는 자아로 뒤바꼈다. 초반에 나왔던 라일리의 내면의 깊은 공간에 있던 줄기들이 늘어나고, 뒤섞이고, 발달하며 더 이상은 감정들은 더이상 감정들이 제어권을 갖지 않아도 줄기들로 말미암은 새로운 자아가 생겨나 그가 라일리를 제어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기쁨이가, 어른이 되는 것은 기쁨이 줄어드는 건가봐라고 말했었는데 그것도 너무 슬펐다.

 

이 영화에서 가장 슬펐던 것은, 그렇게 감정들이 대화하는데 사실 그 감정들도 본질적으로 라일리의 감정이라는 것이다. 라일리가 실제로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라일리가 "어른이 되는 것은 기쁨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해석이 되어서 마음이 더 아팠다. 더이상 라일리도 자신의 기쁨이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느꼈겠구나 싶었고, 불안이가 불안이 극도로 올라가며 나중에 폭주하는데, 기쁨이가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위로해주는 장면이 나왔는데 자신을 위로하는 것도 라일리의 감정이고 방황하는 것도 라일리의 감정이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픽사는 대단한 회사인 것 같다.

 

나도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경험을 통해서 멋진 일을 하고 싶다. 아직 나도 많이 부딪히고 크게 작게 실패/성공을 반복할 것 같은데 그 모든 과정 속에서 느끼는 감정들이 점점 더 발전하여 더 나은 나의 자아를 위해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턴이 끝나서 당분간 해이해질까봐 온갖 일을 다 벌려놨는데 잘 해냈으면 좋겠다. 사실 해이해질까봐 해놓은건 아니고, 그냥 하고 싶은거 정리하다보니깐 이렇게 됐다. 빠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