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쇼펜하우어 아포리즘 [우정]

지미닝 2024. 6. 10. 01:46

아파하고 싶지 않다면 아픔과 친해져야 한다

 우리는 친절과 우정도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친절이 그의 인격에 대한 감탄이라면 우정은 친구의 영혼을 위한 헌신이다. 감탄은 그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동시에 사라지지만 헌신은 그의 그림자를 바라봄으로써 더욱 애잔해진다. 친절이 상대방의 감사로 만족한다면 우정은 친구의 행복으로 만족한다.

 

우정은 두개의 영혼을 가지고 있다. 우정을 가진 자는 두 개의 영혼이 가진 자다. 한 영혼이 쓰러지더라도 곁에 있는 또 다른 영혼이 그를 일으켜 세운다. 어떤 경우에도 둘이 함께 쓰러지는 법은 없다. 삶이 인간에게 우정을 선물한 까닭이다.

 

우정은 다른 감정보다도 인간을 현명하게 만든다.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기 이전에, 내가 무엇과 친해져야하는지, 무엇을 사랑하고 있는지부터 확인하게 한다. 어떻게 살고 싶다는 소원보다는 내가 사랑하는 그것을 위해 살고 싶다는 바람이 인간에게는 더 크고 위대하게 느껴진다.

 

 우정은 서로의 내면에 자극이 되고, 분발하려는 촉진제가 되어야한다. 함께 진보하지 않는 우정은 나태와 방종이다.

 

 인생이 내게 축복으로 남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다가가서 인생을 사랑해야 한다. 친해지고 싶다면 내가 먼저 마음을 보여야 하고, 아파하고 싶지 않다면 아픔과 친해져야 한다. 나를 사랑한다면 내 영혼이 바라는 내 모습과 친해져야한다.

 

 

 

우정을 우연에 맡겨서는 안 된다

 세상에는 참된 우정과 그릇된 우정이 있다. 그릇된 우정의 목표는 쾌락이고, 참된 우정의 목표는 인생의 풍부한 결실, 다시 말해 성공을 기약하는 우정이다. 인격을 갖춘 친구의 선의의 비판이 우리를 선량한 길로 이끈다. 그의 충고는 부모, 스승, 정보의 법률보다 훨씬 고귀하고 강제적이다.

 

 그렇기에 우정을 우연에 맡겨선 안된다. 인간과의 교제는 극도의 주의가 필요한 매우 힘든 수행이다. 연약한 마음을 신경써야하고, 표졍도 살펴야한다. 인간은 감정의 노예다. 

 

 좋은 친구를 찾는 법은 인간에 관한 판단이다. 이때의 기준은 예의다. 예의가 바른 사람은 공정한 판단을 내리려고 노력한다. 그 같은 노력의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이런 시도가 우정을 형성하고 지속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된다. 예의가 바른 사람은 본인 생각에 자신이 옳은 것처럼 상대방의 생각 또한 그의 입장에서 옳음을 인정할 줄 안다.

 

 반대로 내면이 비천한 사람은 그가 스스로를 사랑하고 인정하듯 모든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주고 인정해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사람과 싸우느니 예의 바른 사람에게 시비걸어 다투는게 낫다.

 

 

 인간은 언제나 늙고 병든다. 오늘의 성공은 내일의 나와 함께 해주지 않는다. 늙고 병들었을 때 나를 가장 먼저 시기하고, 비난하고, 함정에 몰아넣는 것은 오늘의 성공이다. 그때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사람은 가족이 아니다. 오직 친구 뿐이다. 

 

 가족이 가족을 위로하는 것은 혈연이라는 숙명과도 같은 관계 위에 정립된 의무다. 하지만 타인인 친구의 위로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며 희생이다. 그 숭고한 실천만이 훗날 비참해진 우리를 위로해준다. 성공과 행복뿐 아니라 불행과 절망도 함께 나눴을 때 그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 인생의 불행은 우리의 두 팔로 받들기에는 너무나 무겁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하지만, 친구에게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요청해서는 안된다. 사소한 일에 친구의 호의를 이용해서는 안된다. 진짜 위기를 대비해 친구의 호의를 소중히 간직해둔다. 사소한 일에 친구의 호의를 남발한다면 친구의 호의는 점점 퇴색할 수 밖에 없다.